새벽 1시 47분, 전화가 울립니다. 4시 출발 열차에 배정됐다는 크루 콜(crew call)입니다.
이 순간부터 다음 날 제가 침대에 눕기까지, 급여 시계는 최소 여섯 번 켜지고 꺼집니다. 각각 다른 규칙으로, 다른 단위로, 다른 항목명으로 계산됩니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제가 시각을 기록해두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앞선 글에서 마일리지제의 원리를 다뤘다면, 이 글은 실제 근무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며 급여가 어떤 순서로 쌓이는지 추적합니다. 규정 나열이 아니라, 시계열로 보는 급여 구조입니다.

본선 급여의 뼈대: 세 덩어리
본선 승무 하루 급여는 세 개의 구간으로 나뉩니다. 그리고 그 구간을 가르는 기준점이 딱 하나 있습니다.
초기 터미널 시간 → 로드 마일 → 최종 터미널 시간
경계선 = OMTS(Outer Main Track Switch, 터미널 외측 본선 분기기)
OMTS는 터미널의 바깥쪽 경계에 있는 본선 분기기입니다. 지도상의 점 하나에 불과하지만, 급여 계산에서는 국경선입니다.
- 근무 시작 ~ 출발 터미널 DOMTS 통과 = 초기 터미널 시간 (시간 단위 → 12.5mph 환산)
- 출발 DOMTS ~ 도착 AOMTS = 로드 마일 (거리 단위)
- 도착 AOMTS ~ 열차 처리 완료 = 최종 터미널 시간 (시간 단위 → 12.5mph 환산)
신입 시절 저는 이 개념을 몰랐습니다. “여기가 시작점이니까 적어줘/ 여기가 도착점이니까 시간 적어둬.”라는 말에 기계적으로 배우면서 근무내역 보고할 때 사용했습니다. 그냥 명세서에 찍힌 숫자를 받아들였습니다. OMTS 통과 시각의 개념을 알고 기록하기 시작한 건 반 년 쯤 지난 뒤였습니다.
실제 근무 따라가기 — 급여 시계가 켜지는 순간들
01:47 — 크루 콜 수신
아직 급여는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시각은 기록해야 합니다. 호출과 실제 출발 시각 사이의 간격은 규정상 최소 준비시간이 보장되며, 회사가 이를 지키지 않으면 별도 청구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03:45 — 부킹인(Book On)
여기서 급여 시계가 켜집니다. 이 시각이 명세서의 시작점입니다.
부킹인 후 하는 일은 열차 서류 수령, 위험물(Dangerous Goods) 적재 위치 확인, 무선 채널·기록장치 점검, 그리고 작업 전 브리핑(Job Briefing)입니다. 대부분 30~40분이 걸립니다.
04:20 — 기관차 도착, 그런데 열차가 준비되지 않음
현장에서 가장 흔한 시나리오입니다. 편성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거나, 브레이크 테스트가 안 끝났거나, 기관차 정비가 지연됩니다.
이 대기 시간은 초기 터미널 시간에 그대로 누적됩니다. 분 단위로 계산되어 12.5mph 환산율로 마일이 됩니다. 1시간 지연이면 12.5마일입니다.
브레이크퍼슨 없이 2인 승무하는 열차에서 출발 전 입환 작업을 수행하면, 실제 소요 시간과 무관하게 최소 1시간이 추가 지급되는 조항이 있습니다. 15분 만에 끝냈어도 1시간입니다.
다만 불량차 분리나 디젤 유닛 취급은 입환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구분을 모르면 청구 근거를 잘못 잡게 됩니다. (회사·협약별로 다르므로 소속 협약 원문 확인 필요)
05:30 — OMTS 통과
초기 터미널 시간 종료. 로드 마일 시작.
부킹인부터 여기까지 1시간 45분이 걸렸습니다. 열차는 아직 한 마일도 제대로 달리지 않았지만, 이미 상당한 급여가 쌓였습니다.
이 시각을 반드시 기록하세요. 이 한 줄이 나중에 명세서를 검증하는 유일한 근거가 됩니다.
05:30~ — 본선 운행, 그리고 오버타임 시계
로드 마일은 거리로 계산되지만, 동시에 시간 시계도 돌아갑니다. 일정 시간을 넘기면 오버타임이 붙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북미 철도 특유의 지역 차이가 나옵니다.
| 구분 | 오버타임 시작 기준 | 계산 방식 |
|---|---|---|
| 서부(West) | 로드 마일 ÷ 12.5 를 초과한 시점 | 12.5mph 환산 계속 적용 |
| 동부(East) | 동일 시점 | 일당의 3/16을 시급으로 적용 |
예를 들어 150마일 구간이라면 150 ÷ 12.5 = 12시간이 오버타임 기준선입니다. 12시간을 넘겨 운행하면 그때부터 추가 계산이 시작됩니다.
이 동서 차이가 왜 존재하냐면, 북미 철도 노사 협약이 역사적으로 지역별로 따로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철도 합병으로 회사는 하나가 됐지만 협약은 통합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같은 회사, 같은 직종인데 근무 지역에 따라 계산식이 다릅니다. (구체적 적용 범위와 요율은 회사·최신 협약에 따라 다르므로 확인 필요)
08:15 — 정션(분기점)에서 차량 셋오프
본선 중간 분기점에서 화차 몇 량을 떼어놓고 갑니다. 열차가 정지한 상태에서 지상 작업을 하는 시간입니다.
이 작업은 로드 마일에 포함되지 않고 별도로 12.5mph 환산 지급됩니다. 40분 걸렸다면 약 8.3마일이 추가됩니다.
09:40 — 오프메인(Off-Main) 작업
본선에서 1마일 이상 벗어나 측선이나 고객 인입선까지 들어가 작업하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이동 거리(마일)와 소요 시간(12.5mph 환산) 중 큰 값으로 청구합니다. 짧은 거리를 오래 걸려 작업했다면 시간 기준이, 먼 거리를 빠르게 다녀왔다면 거리 기준이 유리합니다.
둘 중 큰 값을 고르는 판단은 본인이 해야 합니다. 시스템이 알아서 최적값을 계산해주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11:20 — 산악 구간 푸셔(Pusher) 지원
로키산맥 급경사 구간에서 중량이 높은 열차가 비나 눈으로 인해 경사를 오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뒤쪽 후행 하던 열차 전면 기관차를 분리하여 선행 열차를 밀거나 당겨주도록 보조 기관차가 붙습니다. 이 연결·분리 작업에 대해 구간별로 임의 지급(arbitrary) 형태의 정액 수당이 붙습니다.
“임의 지급”이라는 표현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데, 협약 용어로 “실제 소요 시간과 무관하게 정해진 금액을 지급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30분 걸렸든 1시간 걸렸든 45분치를 받습니다.
15:05 — 도착 터미널 OMTS 통과
로드 마일 종료. 최종 터미널 시간 시작.
15:05~16:30 — 열차 야드 인, 기관차 정비선 배치
열차를 지정된 야드 트랙에 넣고, 기관차를 정비선(shop track)에 배치합니다. 필요한 마무리 입환이 있으면 여기서 합니다.
여기서도 컨덕터-온리 최종 입환 최소 1시간 조항이 적용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작업 완료 후 일정 시간(예: 15분)까지가 급여 대상에 포함됩니다.
16:45 — 부킹아웃(Book Off)
급여 시계 종료. 부킹인부터 13시간이 지났습니다.
이 하루의 급여를 조립해보면
실제 요율은 회사·연차·협약에 따라 다르므로, 마일 단위로만 정리하겠습니다.
| 구간 | 내용 | 계산 |
|---|---|---|
| 초기 터미널 | 1시간 45분 대기·준비 | 약 21.9마일 |
| 컨덕터-온리 초기 입환 | 최소 보장 | 12.5마일 |
| 로드 마일 | OMTS ~ OMTS | 150마일 |
| 정션 작업 | 40분 | 약 8.3마일 |
| 오프메인 | 시간·거리 중 큰 값 | 약 15마일 |
| 푸셔 지원 | 임의 지급 45분 | 약 9.4마일 |
| 최종 터미널 | 1시간 25분 | 약 17.7마일 |
| 컨덕터-온리 최종 입환 | 최소 보장 | 12.5마일 |
| 오버타임 | 12시간 초과분 1시간 | 별도 계산 |
| 합계 | 약 247마일 + OT + 길이 수당 |
실제 운행 거리는 150마일인데, 급여상으로는 약 250마일이 됩니다. 차이의 대부분이 달리지 않은 시간에서 나옵니다.
같은 150마일 구간을 뛰어도, 지연 없이 깔끔하게 완주하면 약 160마일, 위 사례처럼 온갖 작업이 붙으면 약 250마일이 나옵니다. 같은 런에서 1.5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다만, 예시를 위해 근무중 생길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의 페이들을 붙인 가상의 상황입니다. 실제 이런 근무가 있는 날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자는 8시간, 후자는 13시간이 걸립니다. 시간당으로 환산하면 전자가 낫습니다.
“급여가 많이 나온 날” 이 “좋은 날” 은 아닙니다.
근무 기록 — 무엇을 적어야 하나
제가 지금도 근무할 때 메모에 적는 항목입니다. 이걸 정확히 적어두는 것도 컨덕터의 할 일이고, 놓치게 되면 근무보고 할 때 동료 근무자 엔지니어로부터 좋지 않은 눈치를 받습니다.
- 크루 콜 수신 시각(휴대전화에 기록 남음, 필요시 증빙)
- 부킹인 시각
- 초기 입환 시작·종료 시각 (컨덕터-온리 최소 1시간 청구 근거)
- 출발 터미널 OMTS 통과 시각 ← 가장 중요
- 정션 작업 시작·종료 시각 (지점명 포함)
- 오프메인 진입·복귀 시각과 운행 거리
- 푸셔 연결·분리 시각과 구간명
- 도착 터미널 OMTS 통과 시각
- 야드 인 완료·정비선 배치 완료 시각
- 부킹아웃 시각
10줄입니다. 운행 중 짬짬이 적으면 2~3분이면 끝납니다. 이 10줄이 있으면 명세서를 스스로 검증할 수 있고, 근무보고 할 때 누락이 없으며, 실제 일한 내용과 다름없이 페이를 받습니다. 없으면 회사 시스템이 준 숫자를 그대로 받아야 합니다.
신입이 자주 놓치는 청구 다섯 가지
1. 오프메인 작업
본선을 1마일 이상 벗어난 작업인데, 그냥 “평소 업무”라고 생각하고 넘어갑니다. 거리를 대략이라도 기억해두면 청구할 수 있습니다.
2. 컨덕터-온리 최소 1시간
입환을 15분 만에 끝냈으니 15분치만 받는 게 맞다고 착각합니다. 최소 보장 조항이 있습니다.
3. 정션 작업 시간
본선 중간에서 멈춰 작업한 시간이 로드 마일에 이미 포함됐다고 오해합니다. 별도 항목입니다.
4. 오프메인의 “큰 값” 선택
시간과 거리 중 유리한 쪽을 고를 수 있다는 걸 모르고, 시스템이 잡아준 값을 그대로 둡니다.
5. 푸셔 임의 지급
구간별로 정액이 정해져 있는데, 어느 구간에서 어떤 금액이 적용되는지 모르면 확인 자체를 못 합니다. 소속 터미널의 적용 구간표를 한 번은 봐두세요.
이 다섯 가지가 매 근무마다 조금씩 빠지면, 1년 누적으로는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 됩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본인이 청구해야 반영됩니다. 급여 이의는 노조 로컬 담당자(Local Chairperson)를 통해 처리합니다.
왜 이렇게 항목이 많은가
처음 이 구조를 보면 지나치게 복잡하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이유가 있습니다.
마일리지제의 근본 단위는 “달린 거리”입니다. 그런데 승무원 노동의 상당 부분은 달리지 않는 시간에 발생합니다. 대기, 입환, 서류 처리, 지상 작업, 터미널 정리. 기본 단위만으로는 이 노동이 통째로 무보수가 됩니다.
그래서 지난 100년간 노사 협상 때마다 “이 상황도 보상해야 한다”는 조항이 하나씩 추가됐습니다. 초기 터미널 시간, 최종 터미널 시간, 정션 지급, 오프메인 청구, 푸셔 임의 지급이 전부 그렇게 생겼습니다.
즉 항목이 많은 건 제도가 비효율적이어서가 아니라, 누락을 막기 위해 촘촘하게 짠 결과입니다. 다만 그 촘촘함을 활용하려면 본인이 알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16주 운행 트레이닝을 하면서 실제로 코치와 실습하면서 많이 배웁니다.
자주 묻는 질문
OMTS 통과 시각을 어떻게 아나요?
기관차 위치를 보면 압니다. 처음에는 기관사에게 물어보세요. 몇 번 다니면 터미널마다 어느 분기기가 기준인지 자연스럽게 익힙니다.
대기가 길어지면 무조건 급여가 늘어나나요?
초기·최종 터미널 시간은 누적됩니다. 다만 근무시간 한도(Hours of Service / Work-Rest Rules)에 걸리면 운행을 중단하고 교대해야 하므로, 무한정 늘어나지 않습니다.
서부와 동부 중 어디가 유리한가요?
단순 비교가 어렵습니다. 계산식뿐 아니라 운행 거리, 지형, 물량, 생활비가 모두 다릅니다. 급여 계산식만 보고 지역을 선택하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명세서에서 항목이 빠진 것 같으면 어떻게 하나요?
본인 근무 기록과 대조한 뒤 노조 로컬 담당자에게 문의합니다. 북미 철도에서 급여 클레임은 일상적인 절차이며, 문제를 일으키는 행동으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이 계산은 기관사도 동일한가요?
구간 구분과 시간 환산 방식은 동일하지만, 기관사는 여기에 기관차 유닛 수 또는 동륜 하중에 따른 요율이 추가됩니다.
정리
본선 승무 하루 급여는 초기 터미널 시간 → 로드 마일 → 최종 터미널 시간의 세 덩어리 위에, 정션·오프메인·푸셔·열차 길이 등의 항목이 얹혀 완성됩니다. 세 덩어리를 가르는 기준점은 OMTS입니다.
핵심은 급여가 “달린 거리”가 아니라 “구속된 시간의 총합”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위 사례에서 실제 운행 150마일이 급여상 250마일이 된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구조에서 가장 실용적인 결론은 하나입니다. 시각을 기록하는 사람과 기록하지 않는 사람의 연 소득은 다릅니다. 실력 차이가 아니라 습관 차이입니다.
다음으로는 야드 근무 vs 본선 근무 비교를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이 “본선 하루가 어떻게 계산되는가”라면, 그 글은 “본선을 뛸 것인가 말 것인가”의 판단 기준을 다룹니다.
본 글은 캐나다 화물철도 단체협약의 급여 규정과 현직 컨덕터로서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정보성 콘텐츠입니다. 본문의 시각과 계산 사례는 구조 이해를 위해 구성한 예시이며 특정 근무를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닙니다. 조항 명칭, 최소 보장 시간, 임의 지급 금액, 오버타임 계산식은 회사·지역·노조·협약 개정에 따라 달라지므로, 실제 적용 시에는 소속 회사의 최신 협약 원문과 노조 안내를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